나는 비잔정을 2년째 복용 중이다.
병명은 '자궁내막증'
월경 시작 후 늘 생리통에 시달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첫날만 생리통이 있고 다음날은 괜찮은 경우였다.
홍콩에 근무했을 당시, 생리 중에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나를 보고 홍콩 친구가 놀래며 생리 중 차가운 거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유난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자궁내막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없다고 하나 몇 가지 가설로는..
- 역류 월경: 생리혈이 배출되지 않고 역류하면서 자궁 내막세포가 난소나 복강 내에 착상하여 증식하는 것
- 면역 기능 이상: 정상적인 면역 체계라면 자궁 내막 세포가 잘못된 위치에 증식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면역 기능이 약하면 세포가 복강이나 다른 곳에 착상할 가능성이 커짐
- 유전적 요인: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확률이 높음
- 에스트로겐 과다: 여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자궁내막 조직이 더 확 발하게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짐
- 수술 후 이식 가설: 제왕절개, 자궁 수술 등을 보았을 때, 자궁 내막 조직이 수술 부위에 착상하면서 자궁내막증이 발생할 수 있음
- 림프 및 혈관 확산 이론: 자궁 내막 세포가 림프관이나 ㄴ혈관을 통해 다른 부위로 퍼져서 증식하는 경우
나의 경우는 1번과 2번에 해당되는 것 같다.
생리가 역류하여 자궁내막 조직이 직장에 착장 된 상황이며 홍콩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간만의 자유(?)로 고삐 빠진 망아지처럼 일주일에 4일씩 술을 먹어 면역체제가 망가졌음을 확 느낀 시기가 있었다.
만년 청춘일 줄 알았는디..

내 증상은 생리일이 아닌 날에 극심한 생리통과 같은 복통이 있었다. 몇 년에 한 번 있던 그 숨 막힐 것 같은 복통이 2년에 한 번, 1년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씩. 나중에는 3개월에 1번 그 주기가 짧아졌다.
일반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로도 확인이 어려웠고 피검사 난소암 검사까지 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대학 병원까지 갔고 당시 대학병원 교수님도 초음파에서는 별 문제가 안 보이나 많이 찜찜하면 MRI 찍어보자하셨다.
그래서 MRI를 통해 자궁내막증으로 유추되며 직장에 작게 유착되어 있다고 했다.
수술을 하자는 교수님 말에 너무 겁이 났고 당시 제주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이왕 수술하는 거 더 상급지 병원에서 검사받아보고 싶어 자궁내막증으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서 서울로 갔다.
내가 들고 간 MRI는 참고용이고 다시 돈 들여 MRI를 찍고 거기서도 같은 소견을 받았으며 다행인 건 수술을 해도 재발 확률이 높은 질병이라 호르몬제 처방이 필요하니, 우선 증상을 낮추거나 또는 유지라도 가능하게 약물 복용부터 해보자고 해서 지금껏 복용 중이다.
비잔정을 검색하면 부작용이 엄청 나온다.
나 역시도 현재 진행형으로 부작용을 겪고 있으며 불편한 마음에 담당 교수님께도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물으니 아주 쿨하게(쿨하게라고 적고 냉랭하게라고 읽는다) 죽고 사는 문제 아니면 폐경 때까지 먹어야 한다,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있다는 병원 가서 진료받으라는 답변을 받았다.
당시 솔직한 내 마음은 '환자의 불편함을 이해 못 하는 저런 사람도 의사라고..'였지만 그 병원이 자궁암 또는 큰 수술을 하기 위해 오는 환자들이 많으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내 병은, 내 불편함은 투정으로 들렸을 것이고 의사가 상담자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니 이해가 되긴 했다(라고 적고 어쩌겠어 아픈 내가 '을'이지).
내가 겪고 있는 부작용은
- 살이 찐다: 핑계가 아니고 ㅋㅋㅋㅋㅋ 진짜 비잔정 때문에 살이 찐다. 나는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요즘은 스트레스받을 정도로 살이 붙었다. 물론 미친 듯이 운동하고 식단 하면 살이 안 찌겠지만 ㅋㅋㅋㅋㅋㅋ;;; 나는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확실히 호르몬 문제가 생기니 면역체계도 문제가 생기고 특히 배와 엉덩이, 허벅지 부분이 심각하게 살이 오른다. 몸무게 변화가 크게 없을 때도 셀룰라이트도 갑자기 생겼다. 지금은 몸무게 변화도 있고 셀룰라이트도 있고. 없는 거 빼고는 다 있구먼. 아주 부자야 부자.
- 관절: 나는 '유착성 관절낭염'을 앓고 있다. 그럴듯한 병명이지만 또 다른 이름으로 '오십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 나이에 오십견이라니.. 우습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참 심각할 때는 열중 쉬어도 되지 않고 팔을 올리지 못해 머리도 감기 힘들었다. 통증으로 잠도 못 자고. 지금도 백 프로 완치는 되지 않았고 움직임에 제한이 있으며 옆으로 누워서 자면 통증이 심하다.
- 칸디다균, 질염이 너무 쉽게 걸린다: 조금만 피곤하고 잠을 못 자면 그대로 티가 난다. 이건 면역체계와 연관이 있는 거 같으나 정상적인 호르몬 상태를 약물로 억제시키니 좋을 리가 있는가.
오늘 비잔정이 다 떨어져 가서 급하게 근처 산부인과 가서 약 처방을 받았고 거기에도 같은 문제에 대해 문의 결과, 재발이 높은 질병이니 수술이 답이 아닌지라 약물로 경과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는 답을 받았다.
폐경이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니.. 참 씁쓸하다.
나도 처음 자궁내막증이라는 병명을 들었을 때 수술을 해야 되는 건지 약을 계속 먹어도 되는지 생각도 많아지고 겁도 났지만 블로그의 후기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 산부인과 갔다 온 김에 생각나서 주절주절 포스팅해 본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자궁내막증을 검색해서 들어온 어떤 이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오늘의 결론은 젊었을 때 몸 관리 잘하자. 늙으면 다~~ 티가 난다.
비잔정 2년 넘게 먹어도 큰 문제없이 잘 산다(살은 쪘지만).
지금 나는 여름에도 '뜨라'를 먹는다(사실 원래도 라테는 뜨겁게 먹는다 ㅋ).
'드림 베이커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쨈 만들기 (0) | 2025.02.20 |
---|---|
밤마을파이 완전 추천 (0) | 2025.02.20 |